위험과 불확실성을 구분하면 투자가 보인다: "적게, 크게, 드물게"
주가가 폭락하면 다들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기회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딱 하나만 구분하면 됩니다. 지금 커진 게 위험인지, 불확실성인지. 이 둘을 헷갈리는 순간 월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처럼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5,000달러로 모텔 왕국을 만든 이민자들
1972년, 우간다에서 쫓겨난 인도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며 시작한 건 모텔 사업이었습니다. 가진 돈은 겨우 5,000달러(약 680만 원). 20개 방짜리 모텔 가격이 5만 달러였는데, 초기 투자금 10%만 있으면 인수가 가능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이 모두 직원이자 가족이었고, 모텔이 곧 집이었습니다.
방이 절반만 차도 연 매출 7천만 원, 순수익 2,700만 원으로 연 400% 수익률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거였습니다. 모텔이 잘 안 되더라도 잃는 돈은 딱 5,000달러뿐이었다는 것. 먼저 성공한 파텔 가문이 친척들에게 이 방식을 그대로 전수했고, 30년 만에 이들은 미국 전체 모텔의 절반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주유소 직원이 호텔에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
1991년 미국에 온 마닐라는 영어도 서툰 채로 주유소에서 하루 16시간, 주 7일씩 일하며 7년간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9.11 테러 직후, 사람들이 비행기를 안 타서 호텔 가격이 폭락했을 때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로 봤습니다.
캘리포니아 베스트 웨스턴 호텔을 450만 달러(약 115억 원)에 매입했는데, 계약금은 동업자들과 함께 마련한 19억 원, 그중 마닐라 형제 몫은 9억 원(25%)이었습니다. 4년 뒤 호텔 가치는 9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두 배 올랐고, 매년 3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파텔과 마닐라 모두 남들이 도망칠 때 자산을 사들였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입니다. 실패해도 원래 자리(최저임금 일자리, 주유소)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잃어도 되는 크기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죠.
리처드 브랜슨, 비행기를 사지 않고 빌리다
음반회사 사장이던 리처드 브랜슨이 항공사 사업에 뛰어들 때, 사업 계획서는 3천 번 넘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보통이라면 비행기 구매 비용부터 걱정했겠지만, 그는 보잉에 747 한 대를 딱 1년만 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잘 안 되면 1년 뒤 돌려주면 그만이니까요.
현금 흐름도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손님은 표값을 20일 전에 미리 내고, 연료비는 30일 뒤, 직원 월급은 15일 뒤에 나가는 방식이라 돈이 먼저 들어오고 나중에 나갔습니다. 사업이 완전히 실패해도 잃는 돈은 200만 달러(약 90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당시 음반회사 연간 이익의 6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브랜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돈이 없으면 돈 대신 생각을 넣어라."
망해가는 제철소만 골라 산 남자
락슈미 미탈은 돈 넣기 가장 나쁜 업종으로 꼽히던 철강업에서, 그것도 망해가는 제철소만 골라 인수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감당 못 하던 제철소를 사실상 공짜로, 멕시코 제철소는 10분의 1 가격에 사들였죠. 30년 뒤 그는 200억 달러를 모아 2005년 세계 3위 부자가 됐습니다. 파텔의 모텔 방식과 원리는 똑같습니다. 위험은 낮고, 불확실성은 높은 자산에 투자한 겁니다.
위험과 불확실성, 뭐가 다를까
월가가 가장 자주 헷갈리는 두 단어가 바로 이겁니다.
- 위험: 돈을 잃을 가능성
- 불확실성: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
월가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능성이 낮은 회사라도 일단 팔거나 하락에 베팅합니다. 그런데 파텔의 모텔 사례를 다시 보면, 불황에 손님이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높은 불확실성). 하지만 잃을 수 있는 돈은 5,000달러뿐이었습니다(낮은 위험). 시장은 이 불확실성에 매몰돼 모텔을 헐값에 내놓았지만, 파텔은 오직 "잃을 돈의 크기"에만 집중했습니다.
| 투자원칙1 : 오직 "읽을 돈의 크기"가 낮으면 불확실성이 높아도 투자하라 |
장례식장 회사 투자 — 확률로 위험을 계산하다
한 미국 장례식장 회사 사례도 비슷합니다. 장례식장은 경기와 무관하게 사업 자체는 튼튼했지만, 연 매출 7억 달러에 빚이 9억 달러가 넘었고 그중 5억 달러는 2년 안에 갚아야 했습니다. 시장은 이 회사가 부도날 거라 예측했고 주가는 28달러에서 2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확률을 따져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부동산 매각, 빚 연장, 추가 대출로 부도를 막을 확률은 80%. 부도가 나더라도 주가가 2달러 밑으로 안 떨어질 확률은 19%. 완전히 0이 될 확률은 겨우 1%였습니다. 결국 펀드 자금의 10%를 2달러에 투자해 4달러에 매도, 두 배 수익을 냈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높은 불확실성), 완전히 망할 확률은 극히 낮았습니다(낮은 위험).
한국 코스피에도 똑같이 적용해보면
코스피가 하루에 7.89% 급락하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메타가 AI 데이터센터 컴퓨팅 관련 소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꺾일 거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건 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걸까, 아니면 그냥 앞이 안 보이게 된 걸까?" 위험이 커졌다면 도망가는 게 맞지만, 불확실성만 커진 거라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고위험 고수익"은 사실이 아니다
흔히 위험이 클수록 수익도 크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이 말하는 건 정반대입니다. 위험이 낮을수록 오히려 수익이 높다는 겁니다. 싸게 샀으니 잃을 건 줄어들고, 딸 수 있는 잠재력은 오히려 커지기 때문입니다. 5,000달러로 모텔을 사서 연 400% 수익을 낸 파텔이 이 원리의 가장 명확한 예입니다.
| (돈을 잃을 크기의)위험이 낮을수록 오히려 수익은 높아진다. |
"적게, 크게, 드물게" 걸어라
이런 투자를 실제로 실천해온 한 투자자는, 자기 아버지가 여덟 번이나 파산한 사업가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는 기회를 잘 찾았지만 매번 전부를 걸었고, 회사에는 늘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위쪽은 크게 놀되, 아래쪽을 먼저 본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용기는 아버지와 같았지만, 계산법이 달랐던 거죠.
이 투자자는 스스로를 "뻔뻔한 모방꾼"이라 부릅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수익률 기사를 보고 그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버핏이 산 종목을 똑같이 사고, 수수료 방식까지 베꼈습니다. 심지어 2007년에는 버핏과의 점심 식사 경매에 65만 100달러(약 14억 원)를 내고 낙찰받았는데, 이걸 "버핏에게 배운 것에 대한 수업료"라고 표현합니다.
버핏에게 배운 원칙 중 이런 말도 있습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 옆에 있어라. 그러면 실패할 수 없다." 그리고 남이 매기는 점수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매기는 점수로 살 것인가를 늘 묻게 만드는 "내면 점수판" 개념도요.
이 모든 원칙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분산 투자의 반대로, 확실할 때만 한 번에 크게 걸어라. 워렌 버핏이 1963년 자기 돈의 40%를 한 회사에 넣었던 것처럼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언제나 "잃어도 되는 크기"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텔은 5,000달러, 브랜슨은 200만 달러, 마닐라는 주유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살 때는 항상 "언제, 어떻게 나올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인도 신화 속 전사 아비마유는 적진에 들어가는 법만 배우고 나오는 법은 배우지 못해 죽었다고 합니다. 다만 한 번 산 뒤에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2~3년 손해를 보더라도 함부로 팔지 않는다는 원칙도 함께 지켜야 합니다.
지금 당장 던져야 할 질문
지금 가지고 있는 종목, 부업, 사업이 있다면 딱 하나만 물어보세요.
"이게 완전히 잘못되면 나는 정확히 얼마를 잃고, 어디로 돌아가면 되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숫자로 답할 수 있다면 파텔처럼 투자하고 있는 겁니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덟 번 파산했던 그 아버지처럼 투자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참조 영상링크
당신이 지금 당장 버려야 할 '근거 없는 두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