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비로소 풀린다: "될 일은 된다"와 "마술가게"가 말하는 것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데 상황이 자꾸 왼쪽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힘을 주고 버팁니다. 어릴 때부터 원하는 걸 얻으려면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글은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내려놓았을 때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이 왜 현실을 바꾸는 첫걸음인지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정리합니다.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착각
우리는 이걸 주체적인 삶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에고의 오만이 섞여 있을 때가 많습니다.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는 이런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삶의 흐름에 "예스"라고 답하며 살아간 한 은둔자의 실존적인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맡김"은 비굴한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주의 지성이 이끄는 흐름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다이빙에 가깝습니다.
배우 키호이콴 — 항복이 만든 두 번째 기회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오랫동안 잊혔던 배우 키호이콴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과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그 상황에 항복했습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무술 지도자 등으로 일하며, 한때는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하기도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온 오디션 기회에, 그는 에고를 내세우지 않고 마치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소년처럼 그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자기 인생이라는 대본에 토를 달지 않고, 그저 최고의 연기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마이클 싱어 본인의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숲속에서 명상만 하며 살고 싶었지만, 건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다가 얼떨결에 건축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회계 처리를 위해 산 컴퓨터의 논리 구조에 빠져 독학으로 코딩을 익혔고, 재미 삼아 만든 회계 프로그램이 나중에는 병원 시스템을 장악한 거대 기업의 시초가 됐습니다. 우리가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며 밀어내는 일들 속에, 우주가 숨겨둔 훨씬 큰 계획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신의지혜(신성)가 길을 알려준다. |
불확실성은 불안이 아니라 기회의 시작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견들 상당수는 계획이 아니라 우연한 사고에 굴복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레이더 장비를 연구하던 퍼시 스펜서는 주머니 속 초콜릿바가 녹은 걸 발견하고, 짜증 대신 호기심으로 그 현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옥수수 알갱이를 기계 옆에 뒀더니 팝콘이 됐고, 이게 전자레인지의 시작이 됐습니다. 만약 그가 이 불쾌한 우연을 거부했다면, 지금 우리 부엌 풍경은 달랐을 겁니다.
삶이 던지는 건 돌멩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원석일 때가 많지만, 흙투성이고 아프다는 이유로 그냥 걷어차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체는 평생 편두통과 위장병, 시력 저하에 시달렸지만 신을 원망하지 않고 그 고통마저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게 바로 "아모르 파티(운명애)"입니다. 병약한 육체에 항복함으로써, 그는 오히려 그 고통을 연료 삼아 인류 역사상 가장 강인한 철학을 만들어냈습니다.
두려움은 괴물이 아니라 뚫고 지나가야 할 안개
해고, 배신, 건강 악화처럼 원치 않는 상황을 만나면, 그걸 "잘못된 것"이라 규정하고 맞서 싸우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마이클 싱어는 그게 오히려 우주가 보내는 새로운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야심 차게 만든 첫 칩 MV1이 실패하자, 그는 에고를 내려놓고 세가의 CEO에게 솔직하게 실패를 고백하며 계약 파기를 요청했습니다. 세가 CEO는 그 투명함과 치열함에 감동해 오히려 남은 잔금을 투자했고, 엔비디아는 기사회생해 전설적인 칩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실패를 숨겼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는 없었을 겁니다.
마이클 싱어 자신도 FBI 급습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면에서 올라오는 공포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쪽을 택했습니다. 두려움에 먹이를 주지 않고 변호사 준비에는 성실히 임하되, 결과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았습니다. 결국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명성과 재산, 심지어 자유까지 잃을 수 있다는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였을 때, 역설적으로 그 무엇도 그를 해칠 수 없게 된 겁니다.
프레디 머큐리 역시 에이즈 진단을 받고도 죽음에 저항하는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Show must go on"은 죽음이라는 흐름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긴 그의 선언이었습니다. 결국 가난, 무시, 혼자됨에 대한 두려움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 만든 홀로그램일 뿐입니다. 그 홀로그램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그냥 뚫고 걸어가면, 저항을 멈추는 순간 두려움은 힘을 잃습니다.
카프카의 원고, 손을 놓는 순간 시작되는 항해
프란츠 카프카는 자기 작품이 세상에 나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모든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친구 막스 브로트는 이 유언을 어기고 출판했습니다. 만약 카프카의 뜻대로 됐다면, 우리는 실존주의 문학의 정점을 영영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에고의 판단은 이렇게 틀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뭇가지를 꽉 붙들고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조난자처럼 살고 있지만, 그 손을 놓는 게 죽음은 아닙니다. 오히려 손을 놓는 순간 대양을 향한 항해가 시작됩니다. 힘을 빼는 순간 우주는 등 뒤에서 우리를 부드럽게 밀어주기 시작합니다.
마술가게 — 몸과 마음을 열면 현실이 바뀐다
두 번째 책은 짐 도티의 "마술가게" 이야기입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소년 짐은 늘 긴장 상태였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교감신경이 24시간 내내 비상등을 켜고 있죠.
힘을 빼는 것이 마술의 시작이다
산소통 없이 수심 120m까지 내려가는 프리다이빙 세계 챔피언 귀넬은, 엄청난 수압과 공포 속에서도 완벽하게 힘을 빼야 한다고 말합니다. 몸의 긴장을 푸는 순간 물은 더 이상 저항이 아니라 흐름이 됩니다. 짐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루스 할머니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몸이 긴장하면 뇌도 긴장하고, 긴장한 뇌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지 못한 채 도망칠 구멍만 찾는다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현실의 압력에서 벗어나려면 그 압력 속에서 완전히 힘을 빼야 합니다.
무의식을 해킹하는 법
루스 할머니는 짐에게 촛불을 응시하며 잡념을 없애고, 원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훈련을 시켰습니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잠들기 직전 무거운 쇠숟가락을 손에 쥐고 있다가, 꾸벅 졸면서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소리에 깨어나며 그 순간 떠오른 무의식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뇌파가 세타파 상태가 되는 이 순간, 의식의 문지기들이 잠들고 잠재의식의 문이 열린다는 겁니다.
배우 짐 캐리도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무명 시절, 할리우드 언덕에 올라 자신이 유명 배우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스스로에게 1천만 달러짜리 출연료 수표를 발행했습니다. 그 수표를 지갑에 넣고 다니며 계속 들여다봤고, 정확히 1995년 영화 성공으로 실제 1천만 달러를 받게 됐습니다.
가난한 소년이었던 짐 도티도 의사가 되고, 롤렉스를 차고, 포르쉐를 타는 망상에 가까운 꿈들을 적어두고 매일 명상하며 그 감각을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 회로는 이미 성공한 의사의 뇌로 재배선됐습니다. 결국 그는 스탠퍼드 의대 교수가 되고 성공한 사업가가 됐습니다. 이건 마술이 아니라 뇌의 신경가소성을 활용한 과학입니다.
정상에서 만난 공허함
모든 걸 이뤘지만 짐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지독한 공허함과 외로움에 휩싸였죠. 여전히 가난하고 겁에 질린 소년이었는데, 다만 이제는 "돈 많은 겁쟁이"가 됐을 뿐이었습니다.
천재 의사 폴 칼라니티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죽음과 마주하며, 의학적 성취나 명예보다 아내의 손을 잡고 딸의 눈을 바라보는 것,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의미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머리의 힘으로 현실을 바꿀 수는 있었지만, 그 현실을 행복으로 채우는 건 오직 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겁니다.
연민이 만든 역사
27년간 감옥에 갇혔던 넬슨 만델라는 간수와 정부를 향한 증오 대신,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친구가 됐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는 자신을 감시했던 간수들을 VIP로 초대했습니다. 복수 대신 용서, 증오 대신 연결을 선택한 그의 열린 심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던 시절, 다이애나비는 장갑도 끼지 않고 에이즈 환자의 침대에 앉아 맨손으로 환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사진 한 장, 그 한 번의 열린 마음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던 공포의 장벽을 순식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짐 도티 역시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술주정뱅이 괴물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서진 나약한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굳어 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녹아내렸습니다.
나눔이 준 두 번째 인생
석유왕 존 록펠러는 53세에 불치병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는 글귀를 보고 주먹을 펴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선 재단을 세워 나누기 시작하자 몸이 회복됐고, 1년밖에 못 산다던 그는 98세까지 장수했습니다. 인생의 전반기 53년은 쫓기듯 살았지만, 후반기 45년은 정말로 살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짐 도티도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대신 약속대로 전 재산을 자선단체와 의과대학에 기부했습니다. 빈털터리가 된 그 순간, 평생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다고 합니다. 생존 본능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심장이 시키는 연민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진짜 부자가 된 겁니다.
심장의 알파벳
훗날 짐 도티는 수술실에서 아이의 심장이 멈추려는 위기 앞에서, 두려움 대신 그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민을 채웠습니다. 의료 장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로 아이와 연결됐고, 손끝의 떨림이 멈추며 수술은 기적적으로 성공했습니다.
루스 할머니가 짐에게 가르쳐준 열 가지 "마법의 주문"이 있습니다. 연민, 존엄, 평정, 용서, 감사, 겸손, 진실함, 정의, 친절, 사랑. 성공이라는 파랑새를 쫓아 사막을 헤매는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마술가게는, 이미 우리 가슴 속에서 24시간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리하며
두 이야기가 결국 말하는 건 하나입니다. 통제하려 힘을 줄수록 오히려 멀어지고, 힘을 빼고 흐름에 뛰어들 때 예상치 못한 문이 열린다는 것. 오늘 당신이 손에서 놓아버려야 할 나뭇가지는 무엇인가요?
참조
의심하지 마라, 매일 아침마다 힘을 빼고 이걸 들으면 될일이 알아서 된다

